신년 맞이(?) 회사 경영악화로 인한 인원축소가 일어나, 잘 다니던 직장을 하루아침에 잃게되었다. 그 과정에서 다소 혼란스럽지만 먹고는 살아야겠기에 열심히(?) 이직준비..를 했던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왜 내가 정리돼야하는지 현실부정 및 자괴감에 빠져서 아무것도 하기싫어병에 걸렸었는데, 요즘 채용시장이 안좋아서 이력서도 서류탈락의 연속이었던지라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더더욱 깊이 빠져가던 차에 서류합격한 한 회사에 올인했다.
지나고나서야 하는 말이지만, 공교롭게도 백수가 된 시기가 내가 1년 전 부트캠프를 시작한 날과 비슷해서, 다들 열심히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데 나만 1년 뒤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구나 하는 생각에 많이 우울했다.
1. 서류
사실 나는 이력서쓰는 데에는 영 재능이 없다. 이것저것 한 걸 자랑해야하는데 막상 쓰려고 보면 다들 이정도는 하지않나,, 이런거까지 써도되나.. 하는 끊임없는 자아충돌에 니맛도 내맛도 아닌 이력서가 돼 버린다. 채용공고에 가이드라인이 충분히 있었지만 “간지”나게 항목만 딱딱 정리하고싶은데 저런거까지 다쓰면 너무 구구절절 아무도 안읽고싶어질 것 같아서 또 내적갈등 999회정도 한 것 같다.
이력서랑 싸우다가 서류합격은 운7기3이 아닌 운9기1(사실 마음같아서는 운10기0)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됐다. 결국 이력서한테 내가 져버렸다는 말이다. 하지만 포기하지않고 좀 더 강해져서 돌아올거다.. 이력서는 아직도 어렵고 현재 내 이력서가 많이 부족하다 생각한다. 다행히 지원한 곳들 중 가고싶었던 곳 한군데를 붙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생각했다.
2. 기술
부트캠프 끝나고, 처음 서류붙은 회사의 1차 전화면접에서 “비전공자니까 CS지식은 안물어봐도 되죠?” 라는 말을 듣고 괜히 혼자 자존심이 상해서 나의 갓갓 스승님(@이트루)의 기술면접 핸드북을 그대로 복사해와 내 방식대로 고쳐서 달달 외웠던 적이 있다. CS가 customer service 였다면 맥날 + 스벅 + 자영업 경험으로 씹어먹을 수 있었을텐데 라고 매번 생각한다.. 최소 내가 사용하는 것들에 대해서만은 100% 대답하고 싶어서 모던자바스크립트도 3번정도 정독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는 감자가 돼버린 것 같지만.. 아무튼 기술면접은 평소에도 꾸준히 공부했던지라 뭔가 공부법을 안다고 생각해서 준비하는 데에 부담은 없었다.
라이브코딩
회사에서 권고사직 제안을 받은 후에, 운좋게 참여하게 된 연세대학교 창업팀 프로젝트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라이브코딩 전날 새벽까지 정규식에 고통받다 왔는데, 운좋게 정규식을 쓰면 비교적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나왔다.
45분이 주어졌는데 25분정도 걸려 문제를 풀 수 있었다. (자랑하는거 맞음 !!!!)
하지만 면접끝나고 집에 돌아가며 내가 만약 정규식을 몰랐더라면 어떻게 풀 수 있었을지 이것저것 생각해보게 됐다. 온전히 내 힘으로 풀었다기보다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는, 개인적으로 다소 찝찝한 구석이 있는 라이브코딩이었다. 시간내로 끝냈음에 의의를 두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면접
앞서 말했듯 기술면접은 내가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고있는 것인지 체크하는 것이라 생각해 기술면접 핸드북을 다시 달달 외워갔었다.
하지만 주니어라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의외로 태도나 협업 중심의 질문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면 시니어 입장에서는 주니어 응애가 알아봐야 얼마나 알겠어 그거보단 실무진 입장에서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인지를 더 체크해야지 싶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이력서에 블로그 링크를 달아뒀었는데, 내가 쓴 글에 대한 질문도 꽤 받았던 것 같다. 사실 이력서 못쓰는 나로서는 내가 써둔 것 만큼은 확실히 대답하고싶어서 면접 전날 이력서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블로그도 다시 한번 훑어보고 갔었던지라 대답은 곧잘 할 수 있었던 것같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긴장해서 말을 횡설수설 해버렸다는 것이다. 컨디션 관리도 실력, 나아가 긴장 및 스트레스 관리도 실력이라 생각하는데, 이 회사 아니면 난 실업자야 ! 라는 생각에 다소 여유없고 다급하게 대답을 했던 것 같다. 면접 들어갈 때 혼자 되돌아보려고 녹음을 하는 편인데 이건 도저히 무서워서 재생버튼을 누를 수가 없어 아직까지도 다시 들어보지 못했다. 다행히 면접에 들어오신 분들이 찰떡같이 알아들어 주셔서 의미전달은 된 것 같지만, 언젠간 나도 으른처럼 멋지게 대답하는 인터뷰이가 되고싶다.
무슨 자신감인진 몰라도 포부같은걸 물어보는 질문에서 이력서로는 별반 다를게 없는 지원자일지 몰라도 뽑아만 주면 내가 제일 잘하겠다는 패기같은걸 보여줘버린 것 같다. 이건 그날 집가서 이불킥좀 했다. 진짜 무슨자신감이었는지..
3. 컬쳐핏
인성면접.. 이라고들 하는 컬쳐핏 면접은 내가 회사에 대해, 회사가 나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회사에서 까라면 까는 게 맞다 생각해서 매번 회사에 대해 궁금한 거 없냐는 질문에 대해 도대체 뭘 궁금해해야돼 열심히 일해주고 돈만 제때 받으면 되지 라고 생각하던 걸 접고 본격적으로 정리하게 됐다.
사실 컬쳐핏 준비하면서는 짧은 기간이지만 이전회사를 다닐 때, 대표님한테 의문이 들었거나 궁금했던 것들을 써내려가니 한 장이 족히 나와서, 그 중에서 초면인 사이에 물어볼 수 있는 질문 정도를 정리해갔던 것 같다. 아마 이전에 내가 신입으로 준비할 때에는 회사를 다녀본 경험이 없으니 궁금한게 없었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성면접은 회사가(혹은 대표가) 원하는 인재상과 내가 맞는지 아닌지가 합불 여부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생각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과 회사의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면 사실 내입장에서도 입사해서 일하는 내내 스트레스일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처음에는 뭔가 회사가 좋아할만한 답변들이 뭐가있을지 생각하다가, 내 특유의 “이게 난데 뭘 더 어떡해” 마인드가 튀어나와버려서 그냥 던지고 솔직하게 응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들어갔다. 지금도 이게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원래도 거짓으로 사탕발림하는걸 못하는 성격이고, 아직 내 회사도 아닌 회사의 대표님한테 그런걸 내가 왜해 라는 다소 반항아적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안맞으면 회사도 나를 빨리 걸러내고 나도 빨리 다른길 찾으면 되지! 라고 센척한것 같은데, 그냥 사실 인성면접 준비하다가 가식적으로만 답변을 적는 나에게 질려버려서 그렇게 생각한것 같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4년동안 다져진 서비스 인성(?)으로 인해 면접은 잘 봤다고 생각한다. 그냥 선택지가 이 회사 하나 뿐이니 너무너무 떨리고 긴장돼서 그런게 아니었을까.. ㅎㅎ
30분밖에 안 지난 것 같은데, 왜 벌써 마무리 질문을 하시지? 내가 별로 맘에 안드셨나? 라고 생각했는데 1시간이 지나있었고, 다다음날 합격메일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봤던 인성면접중에 가장 편안하고 질문이 자유로운 분위기였다고 생각한다.
정리하며
내가 6개월만에 칼이직러가 될수있었던 이유 라고 적어뒀지만 사실 딱히 이유같은 건 없다. 우연히 직장을 잃었고, 우연히 이직에 성공했다. 주변에서는 평소에 열심히 하니까 기회가 와도 잡을 수 있었던 거라고들 말하는데, 부정할 순 없겠지만 능력치가 어떻고 인성이 어떻든 결국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충분히 갈 수 있는 회사도 못 가는 게 취업이라고 생각한다.(역으로도 같다)
다만 어차피 운으로 결정되는거라도 내가 바꿀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노력뿐이라 생각해서, 이력서꾸미기(자격증 등)나 블로그 작성, 사이드 프로젝트, 개인공부를 진행하고 있기는 했다. 이렇게 나열하니 꽤 많아보이지만, 지속된 실패의 경험이 나를 좀먹는 게 무서워 매일을 부지런히 움직이려고 했던 것 같다. 취업이 안되던 때에는 내 부족함이 큰 이유인것 같아 뭐라도 만들어보고 공부했고, 이직을 하던 때에는 감 잃는게 무서워 사이드프로젝트에 올인했다. 결과적으로 그런 부분들을 좋게봐준 분들이 존재하기에 노력도 충분히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 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취업이 운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유는, 처음 개발자로 취업준비를 시작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약 300개가 넘는 서류를 탈락하면서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일종의 방어기제 같은걸지도 모른다.
비전공자로 개발자 취업을 도전하고, 쏟아져나오는 부트캠프 출신 개발자 중 하나가 되어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원래도 내 자신의 탓을 많이 하던 성격으로는 그자리에 주저앉아 버릴 것 같았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정말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설명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 부족을 찾기보다는, 때로는 적절히 상황탓도 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가(혹은 나와 같은 상황의 사람들이) 자꾸 채용과정에서 탈락하는 것은, 어느정도의 운빨이 따라주지 않았다 라고 생각하고 다른 살길을 찾으면 된다는 것이지.. 충분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떨어진 것은, 그냥 그저 운때문인거야 와하하 ! 하고 다시 힘내면 된다는 말이다 ! (라고 과거의 나에게 말해주고싶다)
사실 개발자에게는 회고가 중요하다는데, 이렇게나 글쓰는 능력이 부족한 바람에 새해 목표였던 한 달 회고의 1월분을 이직 후기로 대체하고자 한다. 후후 너무 양아치인가? ㅎ 아무튼 2024년의 1월~2월 초에는 이런일들이 있었다. 글쓰는게 아직 쉽지 않지만 쓰다보면 점차 나아지겠지! 새 회사에서의 출근이 기대된다 !
세줄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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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회사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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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게 칼이직 성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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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취업은(어쩌면 인생은) 운이다